[인터뷰]'붓 대신 앱 다루는 화가' 김해성 교수..'디지털 프린팅' 개척

등록일자 2024-04-03 14:26:10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 50:50 '융복합'
'Drawing with Digital'로 꽃각시 그려
4월 5일부터 광주 아크갤러리서 전시회
"여전히 인간의 감정 묻어난 손작업 중요"
◇ 21세기 과학기술 응용한 그림 창작

▲서양화가 김해성 교수는 21세기 최첨단기술을 응용한 '디지털 프린팅' 기법을 통해 미술작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화실에서 작업 중인 김 교수.

예부터 고유의 색을 가진 민족은 문화가 크게 융성했습니다.

그만큼 색료나 자연 물감을 뽑아내는 일은 고급 기술이었습니다.

색은 아무나 쓸 수 없을 만큼 귀하고 값진 발명품이었습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당대 최고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했습니다.

21세기를 주도하는 기술은 단연 인공지능(AI)입니다.

인간의 감정과 기능을 풀어내는 예술 분야에서도 기술적 혁신을 기반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화의 발전은 물감을 발명하면서 큰 진전을 이뤘습니다.

화가들이 팔레트에 물감을 짜서 오일을 섞어 붓으로 화면에 표현하는 행위는 엄밀히 말하면 화학이고 과학입니다.

검은색과 흰색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색이 어두워지거나 밝아지거나 하며 전혀 다른 색으로 나타납니다.

화가들은 수없이 반복하면서 자기만의 색감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김해성 作 '꽃각시'(디지털 프린트, 아크릴, 2024)

21세기의 일상 속 발전된 기술을 응용하여 미술작업에 접목한 화가가 있어 화제입니다.

광주의 중진 서양화가 김해성 조선대평생교육원 전담교수는 평면 회화를 그려온 작가입니다.

그가 최근 '디지털 회화(Drawing with Digital)'라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캔버스에 물감을 찍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 즉 회화작업 과정을 '디지털 기술'로 전환해 만든 작품을 오는 5일부터 14일까지 광주광역시 동구 아크갤러리에서 선보입니다.

▲김해성 作 '숲의 형상'(먹, 디지털프린트, 아크릴, 종이, 2023)

31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회에서 그는 '디지털 프린팅' 작품 '꽃각시'시리즈를 비롯해 '숲의 형상', 'Flower' 등 일반 화가들이 그린 회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산한 작품을 전시합니다.

김 교수는 디지털 프린팅 작업에 대해 "일단은 캔버스나 종이에 검은색 드로잉을 하거나 또는 먹을 이용해서 화선지에 번짐 작업을 1차적으로 흑백으로 한다"면서 "이것을 사진을 찍어 디지털 신호로 바꿔 가지고 그것을 내 휴대폰에 담아서 스케치 앱을 통해서 위에다 색을 칠해 가지고 그대로 출력하면 디지털 회화작품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내가 그린 원래의 그림인 검은색 판은 놔두고 컬러 판만 디지털 신호로 만들어서 컬러를 입혀 디지털로 작업을 해서 찍는 방식"이라며 "이것은 디지털 기술이 50%이고 화가인 내가 한 작업이 50%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반반이 융합된 작품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 회화라는 새로운 예술 영역을 개척한 김해성 교수의 창작방향과 예술관을 일문일답으로 들어 봅니다.

◇ '꽃각시' 연작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 시도

▲김해성 作 '연인'(먹드로잉, 디지털 프린팅, 종이 위에 아크릴, 2024)

- 디지털 프린팅에 대해 설명하자면.

"예전에는 프린트 출력기가 롤로 돼 있어서 작품이 돌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평판 출력이 생겨 자외선을 써가지고 단단하게 고정된 출력 방식이 있는데 평평한 데다 출력을 할 수가 있어요. 캔버스는 가만히 있고 위에 있는 노즐이 움직이면서 프린팅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내 작품은 놔두고 컬러 작업을 내 작품에 뿌려서 만드는 작업이에요."

- 붓 작업과의 차이는.

"이것이 힘든 것은 작업을 해가지고 컴퓨터 작업을 해서 딱 맞추려면 그게 상당히 어려워요. 그래서 제 작업들 보면 좀 어긋나 있어요. 근데 어긋나 있는 것도 이게 (창작품의) 맛이야. 디지털하고 아날로그가 완벽하게 접점인 것이 아니고 약간의 간극이 있다는 것을 내가 생각한 거예요."

-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술의 조합인지.

"최근의 제 작업은 '꽃각시'라고 아날로그하고 디지털의 만남도 있지만은 인간하고 자연의 만남이에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AI로 만들어진 컴퓨터가, AI가 아주 발전하면서 언제 어떻게 인간을 지배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이제 아날로그로 인간이 어느 정도 조정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인간들이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통제하고 같이 접점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이번 작품을 한 거예요."

-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소개.

"이번 전시의 작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혼합체들입니다. 작가의 감성이 투사된 드로잉 위에 디지털 이미지를 덧씌워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라인드로잉 위에 디지털 컬러 이미지를 덧씌우기도 하고 우리의 전통 재료인 먹을 통한 자연스러운 번짐 작업 위에 디지털 채색을 가하기도 합니다. 종이는 전지로 작업을 했고요. 작은 작업들은 또 판에다 그렸습니다."

◇ "인간의 감정이 담긴 작업이 중요해"

▲왼쪽부터 김해성 作 '서재필 박사 유적지'(스케치 드로잉, 2024), 김해성 作 '대원사 벚꽃'(스케치 드로잉, 2024)

- 작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면.

"예술이 첨단기술로만 가서는 안 되고 인간의 따뜻한 감성이 항상 첨단의 것을 채워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손작업으로 인간의 감정이 묻어나 있는 작품을 전시합니다. 무조건 디지털에다 맡길 것이 아니고 인간들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작업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그 접점에서 만든 작업입니다."

- 스마트폰으로 그리는지.

"디지털 작업은 컴퓨터가 출현해 세상을 뒤흔든 이후 또 한 번의 세상을 바꾼 스마트폰의 스케치 앱을 이용하여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최근 들어 실제와도 같이 스케치를 가능케 하는 많은 앱이 개발돼 디지털기기의 힘을 빌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혼합은 예술 작품의 기술적인 측면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혁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의도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작품이 기술적인 혼합을 통해 새로운 시각이나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지의 고려와 전통적인 예술의 가치를 유지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덧붙인다면.

"물질 만능의 최첨단 과학 세상은 우리 인류에게 유토피아를 약속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통제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세상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술에서 기술문명의 수동적 작가가 되기보다는 먼저 능동적 작가로, 이를 관리하고 조율, 작동하는 위치에 서야 합니다."

※서양화가 김해성은 누구?

-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 개인전 31회·정예작가초대전(서울갤러리) 등 단체전 650여 회
-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 조선대학교 평생교육원 전담교수
- '선과 색'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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