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나무의사' 김중태 광주나무병원장 "오랜 나무사랑 꿈 이뤄"

등록일자 2024-03-10 09:00:01
언론인·공직자 출신의 '인생 2막' 대변신
퇴직 후 현실 적응 위해 자격증 8개 취득
1년여 준비 나무의사 국가자격시험 합격
외과수술·안전진단·원인파악 처방전 발부
조경수·가로수·보호수 등 수목치료 보람
◇ 생활권 수목의 효율적 관리제도 도입

▲김중태 광주나무병원장은 "나무의사는 조경수와 가로수, 정원수 등 생활권 수목의 관리가 주 업무"라며 느티나무 외과수술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새 봄, 새싹을 틔워내는 '나무'는 봄의 전령입니다.

사시사철 눈·비 맞으며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는 사람과 함께 살아갑니다.

'인생 2막'을 '나무사랑'으로 가득 채운 사람이 있습니다.

'나무의사' 62살 김중태 광주나무병원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김 원장은 젊은 시절엔 언론인으로, 나아가 중년기에는 공직자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나무를 다시 찾기로 했습니다.

내친김에 '나무사랑'을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나무의사' 국가 자격시험에 도전했고, 1년간 집중해서 공부한 끝에 지난 2022년, 나무의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사실 일반인에게 아직은 나무의사란 직업이 생소합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와 한의사, 그리고 동물을 보살피는 수의사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나무의사는 이제서야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원장은 '나무의사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정부가 2018년부터 조경수, 가로수, 정원수, 보호수 등 생활권 수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나무의사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합니다.

김 원장은 "그동안 수목생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활권 수목을 관리하면서 제대로 관리가 안됐다"며 "수목보호제(농약)를 잘못 적용해 멀쩡한 나무를 죽이는가 하면 심하게 잘라낸 강전정, 과도한 복토, 너무 깊게 심은 심식의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생활권 수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나무의사라는 직업의 전문가를 양성하게 된 것이라는 겁니다.

'나무의사' 김중태의 또 다른 인생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김중태 원장이 나무의 기력 회복을 위해 물을 주며 토양개량 작업을 하고 있다.

- '나무의사 자격제도'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나라에서 나무의사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학과 졸업이나 이와 동등한 자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무의사 양성기관(전국 13개)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됩니다. 그리고 나서 양성기관에서 160시간의 양성교육을 마친 사람들에게 나무의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데요. 시험은 1, 2차가 있는데 과목당 40점 이상 평균 60점을 받으면 합격하게 됩니다."

- 어떤 과목을 공부하는지.

"시험과목은 1차 수목생리학, 토양학, 수목해충학, 수목병리학, 수목관리학 등 5개 과목입니다. 5지 선다형으로 평균 60점(과목당 40점 이상)이상이면 합격하게 됩니다. 2차 과목으로는 수목진단서 작성과 수목종류에 등에 대한 DVD와 농약 토양 등 비생물적 요인 등에 대한 문제가 주어집니다. 1차와 마찬가지로 과목당 40점 이상 평균 60점을 받으면 합격하게 됩니다. 쉬운 시험은 아니지만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 나무병원을 어떻게 설립하게 됐는지.

"나무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법인 설립이 우선 필요합니다. 자본금 1억 원에 나무의사 2명 또는 나무의사 1명과 수목치료기술자 1명 등의 조건을 갖춰 해당 지역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증과 광역자치단체로부터 나무병원 등록증을 받아야 비로소 나무병원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 나무, 심는 것 보다 잘 관리하는 게 중요

▲김중태 원장이 보호수로 지정된 소나무 수관청소를 위해 중장비에 올라 작업을 하고 있다.

- 인생 2막에 나무의사가 된 계기가 있다면.

"인생 2막으로 나무의사를 준비한 게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나무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각종 큰 재난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를 관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나무의사가 됐습니다."

- 나무의사의 역할은.

"생활권 수목, 즉 조경수, 가로수, 공원수, 보호수 등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진단하고 처방,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무에 대한 진단과 처방 의뢰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그 나무의 잎과 줄기, 뿌리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원인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처방전을 발부해 줍니다. 외과수술이나 안전진단을 의뢰할 경우 장비를 동원해 치료해 줍니다."

- 나무의사가 담당하는 수목의 대상은.

"산림 속에 있는 나무를 진단 처방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생활권 수목인데요. 학교에 있는 정원수, 공원에 심어져 있는 공원수, 도로가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 아파트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을 진단 처방하고 있습니다."

▲김중태 원장이 고속도로변에 심어진 소나무에 대해 재선충 예방을 위한 나무주사를 놓고 있다.

- 나무는 어떻게 치료하는지.

"상처가 심할 경우 부후부를 걷어내고 더이상 부패를 방지할 수 있도록 외과수술을 해줍니다. 미국흰불나방, 뱁시혹나방 등 나뭇잎을 가해하는 나방류의 병해 중 방제를 비롯해 나무와 관련된 병해충과 비생물적 요인들을 찾아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해 줍니다."

- 도시 생활수목 관리 등 개선점이 있다면.

"도심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의 경우 대부분 생육공간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러다보니 뿌리가 보도블럭을 밀어내 울퉁불퉁한 경우가 많습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이 뿌리를 마구잡이식으로 잘라내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심한 바람에 나무가 쓰러져 지나가는 행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꼭 뿌리를 절단해야 할 경우에는 나무 상태를 잘 파악해서 나무가 넘어지지 않은 선에서 절단을 해야 합니다. 부족한 생육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나무의사제도가 정착하려면.

"나무의사제도가 정착되려면 우선적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생활권 수목하면 가로수, 정원수, 공원수, 보호수 등으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들 수목의 경우 나무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의무적으로 받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예외규정으로 두고 있어 현재 이 조항을 고치기 위해 한국나무의사협회에서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나무의사로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해야 할 일들이 법적으로 제약된 경우가 많습니다."

◇ '1인 다역' 업무 개선..산림청 지원 필요

▲김중태 원장이 생태친화적 방법으로 소나무 외과수술을 실시하고 있다.

- 나무의사 활동 만족도는.

"글쎄요. 만족의 측면이 다양하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라 열심히 해 보고 있습니다. 돈보다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힘을 내봅니다. 돈 벌기 위한 직업 선택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저는 언론인으로 25년을 살아왔습니다. 직업을 바꾼다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을 혁신하지 않고는 현실에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언론에서 퇴직한 뒤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각종 자격증 8개를 취득했습니다. 잘 마시던 술은 적으로 간주했고, 녹음기는 친구가 됐습니다. 책을 자주 보고 있으면 눈이 아파와 녹음을 해서 몇 번이고 반복해 들었습니다."

- 나무병원 운영 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실제로 나무병원 운영은 어렵습니다. 혼자 영업을 해야 하고 현장에 나가 진단 처방, 외과수술, 병해충 방제 등 1인 다역을 해야 합니다. 출연한 자본을 다 소진하고 폐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무의사제도를 도입한 산림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 나무 가꿈에 나서는 시민들에게 전할 말.

"나무를 가꾸려면 우선 나무의 생리와 토양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합니다. 나뭇잎이 시들어 가면 잎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나 뿌리에 더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뿌리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도록 뿌리의 기능이 상실돼 있을 수 있습니다."

▲김중태 원장이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가로수로 심어진 회화나무를 안전정밀조사를 하고 있다.

- 나무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사람과 수목의 공통점은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입니다. 사람이나 수목이나 몇 억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습니다. 사람의 주세포는 단백질이고 수목은 탄수화물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다를 뿐이지 물이 60~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거의 같다고 봅니다. 물론 영양분을 섭취하는 형태의 경우 수목은 광합성을 통해 자급자족하고 사람은 외부로부터 섭취해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사람에 비해 오래사는 것은 기관이 간단해 물관과 체관이 제대로 작동하면 복잡한 기관을 가진 인간에 비해 수백년 아니 수 천 년을 더 살 수 있습니다. 수목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줍니다. 더울 때 그늘막이 되어주고, 미세먼지를 잡아주고 탄소 동화작용을 통해 탄소를 잡아줍니다. 아스팔트에서 반사한 도심의 열을 식혀줍니다. 수목을 아끼고 사랑해야 할 이유들 입니다. 탄소중립화 등의 주장은 말이 아닌 행동이 우선돼야 합니다. 가로수 관리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탄소중립을 외치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가로수 전정 한답시고 닭발처럼 만들어 놓은 것은 인간의 이기심의 발로가 아닐까요. 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나무의사' 김중태


- 전남일보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25년)
- 광주광역시 어린이교통공원소장, 상생일자리보좌관
- 現 광주나무병원 원장, 한국나무의사협회 홍보위원장, 한국나무의사협회호남지회 광주지부장

#나무의사 #김중태 #광주나무병원 #국가자격시험 #외과수술 #안전진단 #나무처방전 #조경수 #가로수 #보호수 #생활권수목 #인터뷰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