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정년퇴직 후 돌연 산티아고로 떠난 박응렬 씨.
그는 34일간 915km를 걸었고 매일 블로그에 쓴 글을 책으로 펴냈다.
'산티아고 순례길 전도사'로 인생 2막을 연 박 씨는 이제 지역민들을 위한 '산티아고 스쿨'도 열었다.
▲박응렬 / <그래서, 산티아고> 작가
"저는 지금 산티아고 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박응렬이라고 합니다."
공무원 생활을 40년 가까이하고 정년퇴직하자마자 그가 산티아고로 떠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 산티아고행을 결심한 계기는.
"공직 생활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게 해외여행을 장기로 가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게 너무 부러웠기 때문에 저는 퇴직하자마자 무조건 해외 장기 여행을 가겠다고 결심했었죠."
- 산티아고 순례길, 어떤 루트로 다녀왔는지.
"산티아고 순례길 코스는 수도 없이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가는 4개의 코스가 있거든요.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게 프랑스 길이죠. 저도 그 길을 걸었고요."
평생 꿈꿨던 장기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설렘과 동시에 60살이 갓 넘은 나이에 800km를 걸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안고 떠난 산티아고.
그곳에서 얻은 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산티아고길 800km를 몸의 길, 마음의 길, 영혼의 길로 나누거든요. 몸의 길에서는 몸이 적응하느라고 뭐 생각할 게 없고 마음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생각이 다 나요. 어렸을 때 힘들었던 거 즐거웠던 거 그런 모든 생각이 다 나죠."
이곳에 다시 오긴 힘들겠다는 마음에 기억을 매일 블로그에 기록했다는 박응렬 씨.
잠을 포기하며 쓴 산티아고 순례길 40일간의 기록은 책의 밑바탕이 됐고, 책은 그를 다시 산티아고로 데려다준 계기가 됐다.
- 두 번째 여정을 떠난 이유.
"제가 책을 쓴 이유가 제가 경험하고 얻은 것을 저 혼자만 간직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을 쓰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검토를 요청했죠. 그런데, 그중에 한 사람이 저희 아내예요. (아내가 책을) 읽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도저히 못 참겠다. 가보고 싶다'고 아주 강하게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저는 아내가 그 얘기 했을 때 정말 너무 기뻤어요. 그래서 그 말 나오자마자 제가 바로 표를 끊어서 작년 6월 20일 갔다 왔죠."
- 아내와 떠난 산티아고, 무엇이 달랐는지.
"제가 처음에 800km를 저 혼자 갔을 때는 29일 만에 걸었는데 아내하고 갔을 땐 31일 만에 걸었어요. 그러니까 저하고 속도 차이가 별로 없었던 거죠. 저는 이번에 가면서 가장 놀란 게 아내가 이렇게 강한가 하는 것을 저는 이번에 정말 처음 알았고.."
한번 가기도 힘들다는 산티아고 순례길.
무려 두 번의 여정을 거치며 얻은 꿀팁도 많다는데.
-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이 있다면.
"배낭 무게 줄이는 것을 저는 상당히 강조해요. 보통 순례길 갈 때 1kg 내의 침낭을 갖고 갈 건데 제가 가지고 간 것은 355g이거든요. 그게 뭐냐면, 여러분들 집에서 망토 혹시 쓰지 않아요? 그걸 사 가지고 밑 부분만 꿰매면 침낭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자신의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산티아고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박응렬 씨.
직접 부딪히며 얻은 팁들을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꿈꾸는 많은 지역민에게 공유하고 싶어 '산티아고 스쿨'도 열게 됐다.
하지만 800km를 걸어야 하는 여정.
쉽지만은 않은 길, 이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 산티아고행을 고민한다면.
"(산티아고에 갈 때) 완벽하게 준비해서 가려고 하거든요? 그러면 평생 못 갑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 내키면 비행기표를 먼저 끊으라고 해요. 조금 부족한 듯 해도 그 길에 올라서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 이상의 능력이 자동으로 나와요. 저는 이제 그런 것을 '까미노 매직'이라고 이렇게 하는데 저는 그래서 준비하는 사람들한테 너무 완벽하게 하지 마라. 그러면 당신은 평생 못 간다. 그 얘기를 제가 이렇게 많이 강조하죠."
"부족한 것은 길 위에서 채워질 겁니다."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 '순례길 전도사'로 제2의 인생길을 걷고 있는 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기획 : 전준상 / 구성 : 김민성 / 내레이션·편집 : 윤수빈)
#핑거이슈 #산티아고순례길 #박응렬 #산티아고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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