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병무청은 군대에 가는 대신 산업체에서 일을 하게 하는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올해로 44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출퇴근하며 월급을 받을 수 있어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이 많이 찾는 제도입니다.
이들에 대한 처우는 어떨까요? 먼저 이형길 기자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산업기능요원을 만나봤습니다.
【 기자 】
광주의 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1년 6개월째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22살 김 모 씨.
김 씨가 맡은 일은 30kg에 달하는 부품을 박스에 담는 일입니다.
일을 시작한 지 1년째 되던 지난해 말, 김 씨는 손목에 만성적인 통증과 염증이 오는 드퀘르뱅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침 8시부터 늦게는 밤 8시까지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김 씨의 손목 질병은 산업재해일 가능성이 크지만 산재 신청조차 못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산업기능요원
- "지금 상으로는 말할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죠 지금 상황에서는 말해봤자 다른 회사 옮기라는 말 밖에 안나와서"
병원 진료를 가는 것만으로도 눈치를 주는 회사를 상대로 김 씨는 치료비 이야기도 꺼내보지 못했습니다.
두 달 전 어렵게 시간을 내 오른쪽 손목 수술을 받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야근에 왼쪽 손목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산업기능요원
- "산재는 안되더라도 왼손 마저 수술해야되는데, 야간 (근무)하다보니까 그것때문에 왼손은 아직 수술 못한 채로 계속 다니고 있어요."
광주 평동산단에서 일하는 22살 이 모 씨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올 초부터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한 이 씨는 지난달 프레스 기계에 엄지손가락이 끼어 살점이 모두 떨어져나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4개월 밖에 안된 이 씨에게 다른 직원이 프레스 기계 수리를 맡기면서 난 사고였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산업기능요원
- "기계가 오류가 나면 저희가 고쳐야되는데, 기계 고치는 법을 따로 전달받지 않아요. 기계가 고장나면 혼나면서 배워가는 방식. "
하지만 회사는 산재 신청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죽을만큼 아프지 않으면 일을 계속하라고 강요해 수술을 마치고 쉬지도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산업기능요원
- "그냥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긴 했어요 제가 죽을 것 같이 아프다고 말하기가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라 좀 힘들었어요 그런 말 하는게"
▶ 스탠딩 : 이형길 (크로마키)
일을 하다 엄지 손가락 살점이 모두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당한 이씨.
손목에 만성적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김 씨.
취재진이 만난 산업기능요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이들처럼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산업기능요원은 광주전남에만 350여개 업체에
천백여명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6천6백여개 업체에 2만2천여명에 이릅니다.
이들 중 94%는 김 씨와 이씨처럼 공장에서 일을하며 가장 어렵고 위험한 일을 도맡고 있습니다.
이들의 산업재해 신청률은 얼마나 될까요? 이어서 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산업기능요원의 산업재해 신청률은 관계 기관 어디에서도 집계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산업기능요원들의 산재 신청 사례를 직접 찾아봤습니다.
병무청에서 산업기능요원을 채용하고 있는 업체 리스트를 받고, 이 업체 가운데 산재를 신청한 적이 있는 업체를 선별했습니다.
확인한 결과, 지난 3년간 광주에서 산재를 신청한 산업기능요원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열악한 여건의 중소 제조업체에서 가장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산업기능요원들의 산재 신청률이 0%인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기능요원들은 산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신청 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산업기능요원
- "산재신청 했다가 불이익 많이 당하는 걸 많이 들었거든요 이런 이야길 되게 많이 들어서 저도 말 꺼내기가 되게 힘들었어요"
업체들은 노동청 등의 감독이 강화되고,
산업기능요원을 쓸 수 없게 될 수도 있어
산재 신청을 꺼리고 있습니다.
산업기능요원 입장에서는 회사와 갈등을 빚다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하고 일정기간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 군대로 가야 해 그냥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 싱크 : 산업기능요원
- "나와가지고 그 기간 안에 못 옮기면 이때까지 산업기능요원 했던게 취소되고 다시 군대를 가야됩니다 처음부터."
실제 지난해 전국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거나 해고를 당해 군에 입대한 산업기능요원은
974명에 달합니다.
소송 등을 통해 권리 구제에 나설 수 있지만 대부분 사회초년생으로 방법을 아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산업기능요원은 병역을 대신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도 권리 주장을 막는 장애물입니다.
▶ 싱크 : 산업기능요원
- "군대 안가는 대신 돈 벌잖아.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나이드신 분들이 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도저히 개선의 여지가 없는거죠. "
▶ 스탠딩 : 박성호
가장 위험한 일,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 최소한의 권리마저 챙기지 못하는 산업기능요원들.
이들은 스스로를 현대판 노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kbc 박성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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