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자 텀블러와 에코백, 폐섬유 등으로 만들어진 의류 등 친환경 상품을 소비하는 문화가 유행처럼 퍼졌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친환경 상품에 대한 구매 열기가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소비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늘어가는 텀블러 구매량에 뜨거워지는 지구
소비자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자 기업들은 앞다퉈 친환경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텀블러는 벚꽃,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컨셉의 디자인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수집 욕구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특히 팬층이 두터운 스타벅스 텀블러는 매 시즌 높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19년에 약 266만개, 2020년에 약 298만개, 2021년에 약 303만개, 올해는 지난 9월까지 약 259만개의 텀블러를 판매했습니다.
이렇듯 친환경 상품 텀블러에 대한 관심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의 온도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텀블러가 환경오염의 주범?
텀블러의 수요가 늘었음에도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는 것은 텀블러 자체만으로 환경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텀블러도 제작 혹은 폐기될 때 종이컵이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처럼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기후변화연구소가 텀블러 한 개와 종이컵 한 개 제작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한 결과, 텀블러는 종이컵보다 약 27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본래 의도한 것과는 다른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리바운드 효과'라고 합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한 행동이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리바운드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는 비닐봉지입니다.
버려진 석유 찌꺼기를 재활용해 탄생한 비닐봉지는 이용 초기 종이봉투의 대체제로 주목받았습니다.
나무를 베어 만드는 종이봉투의 용도를 대체할 수 있고 여러 번 재사용까지 가능한 친환경 제품으로 주목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작 의도와는 달리 이제는 일상 속에서 비닐봉지는 일회용품으로 각인돼버렸습니다.
이제는 텀블러도 환경 보호는커녕 비닐봉지처럼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용하지 않을 거라면 구매하지 마세요
최근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일회용 컵과 외관이 비슷하지만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제작돼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리유저블 컵'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예쁜 디자인을 가졌으며 텀블러보다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매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회용 컵보다 환경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리유저블 컵도 오래 사용해야 합니다.
미국 수명 주기 에너지 분석연구소(CIRAIG)에 따르면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제작된 텀블러는 50회 이상, 우리가 흔히 접하는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구매한 텀블러를 이만큼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기존의 일회용품을 이용하는 것이 환경보호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환경보호라는 본래의 목적보다 유행을 목적으로 하나의 소비 패턴이 되어버린 텀블러 구매 열풍은 이제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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