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하 화가, 고향·동심의 세계 오방색으로 재현

등록일자 2024-04-23 15:28:15
4월 26일~5월 26일까지 국윤미술관에서 초대전
고향 진도의 동심, 향수 표현한 작품 25점 선보여
장성 삼계면 생촌리에 터 잡고 14년째 그림 작업
“토속적 미학이 투영된 화풍, 생명의 근원적 탐구”
▲장성 삼계면 생촌리 화실에서 그림작업에 열중하는 박주하 화가

산골 자연에 묻혀 그림 작업에 몰두하는 서양화가 박주하 작가를 찾아가는 날, 이슬비에 젖은 산들은 거대한 초록빛 향연이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박 작가는 2010년 그림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위해 장성 삼계면 생촌리에 들어와 작업실을 꾸렸습니다.

◇ 고산(528m) 위로 안개구름이 몽글몽글

5월 가정의 달, 국윤미술관 기획초대전 준비로 바쁜 그를 작업실에서 만났습니다.

박 작가의 작업실은 그야말로 신록 속에 파묻힌 공간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맞은편 고산(528m) 위로 안개구름이 몽글몽글 피어올라, 잠시 잊고 지냈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작업실 밖 풍경

자연스레 그의 화폭에도 주변 풍경이 스며들었습니다.

"자연 속에 살다 보니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나뭇잎의 색깔 변화, 계절마다 변하는 나뭇가지들의 형태, 들판, 구름 등 자연 속의 수많은 색깔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박 작가가 생촌리에 들어온 지 어느덧 14년이 흘렀습니다. 일흔이 훌쩍 넘은 그의 연륜이 말해주듯 시간의 흐름 속에 화풍에도 다양한 변주가 나타났습니다.

그간 작품 소재를 연대별로 살펴보면, 1980년대에는 민속 신앙인 장승, 당산나무, 솟대 등을 즐겨 표현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시골장터 등 서민 삶의 현장을 담았으며, 영호남 사찰을 돌며 고즈넉한 절 풍경을 그렸습니다.

▲작업실 한 켠에 마련된 전시실에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는 박주하 화가

이어 2000년 이후에는 전통적인 오방색을 바탕으로 바위, 새, 꽃 등 자연물의 순수 세계에 몰입했습니다. 특히 2010년대 후반에는 아이들, 까치, 누렁소, 무지개 등을 알록달록 천연색으로 표현한 동심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 한국적이면서 서민적 소재 즐겨 다뤄

이처럼 박 작가는 줄곧 한국적이면서 서민적 소재를 다루며 자아와 작업의 정체성을 이어왔습니다.

도시에서 살 때는 주로 나이프 작업을 해 오던 박 작가는 생촌리에 머무르며 '색깔로 이뤄진 점'에 집중했습니다.

소품이든 대작이든, 끊임없이 물감을 점으로 덧칠하고 화면에 짓이기는 기법을 사용하면서, 지우기를 반복해 두텁게 쌓았습니다.

색감과 형태의 적절한 배치를 통한 사물을 단순화시켜 색다른 형상미를 점묘법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4월 26일~5월 26일까지 국윤미술관 초대전 팸플릿

"빨강, 노랑, 초록 등 자연을 이루는 색이 단 하나의 색이 아니란 것을 자연에서 배웠습니다. 수만 개의 서로 다른 색의 점이 모여 하나의 색깔로 보이는 것이구나 느끼게 됐죠."라며 점묘법을 차용한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차례로 얹은 작품의 두터운 질감은 투박한 남도 정서를 투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품에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화려한 변화는 내면의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는 이원의 세계를 연상시키며 무한한 상상력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국윤미술관 초대전에 전시될 작품 '달빛'

하지만 그림의 대상을 꼼꼼하게 재현하거나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우뚝 선 나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 줄줄이 늘어져 있는 언덕, 시골의 정취를 품은 고향집 등 모두가 단순화돼 있습니다.

그는 "인간 삶의 뿌리는 곧 자연이고 현대인의 위안과 휴식의 장소 또한 자연이라는 본질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 "푸른 자연에서 사람과 사람이 연대"

박주하 작가는 4월 26일부터 5월 26일까지 동구 소태동 국윤미술관에서 '꿈엔들 잊으랴' 기획초대전을 갖습니다.

이번 전시는 진도 고향에서 보고 자라온 풍경과 그곳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아이들의 동심, 향수를 표현한 작품 25점을 선보입니다.

▲국윤미술관 초대전에 전시될 작품 '꿈엔들'

김용근 동강대 교수는 "박주하 화백의 그림은 민화의 재해석을 기반으로 자유, 자연, 순수, 순진, 공동체, 견고함, 점 등의 키워드를 통해 소유의 고통사회가 아닌, 거기 그곳의 푸른 자연에서 사람과 사람이 연대하며 존재론적 삶을 살도록 만드는 평화의 영토다"라고 평했습니다.

박 작가는 진도에서 태어나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전남도 미술대전 특선, 목우회 공모전 특선, 국전 입선,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등 10여 회의 수상 경력이 있습니다.

140여회의 단체전과 수십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현재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전남도 미술대전 초대작가·심사위원·광주시 미술대전 초대작가·운영위원·심사위원·한국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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