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조 칼럼]'중대재해처벌법' 시행..'처벌'보다 '예방'이 먼저다

등록일자 2024-01-30 14:56:34
▲ 김옥조 KBC 선임기자

◇ 국민 '안전하게 살 권리' 버팀목 돼야


국민의 안전은 헌법에 정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조항과 맥을 같이 합니다.

국가의 최소 구성원이자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이나 다름없는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연재해로부터의 국민 보호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 생활과, 일하는 현장에서의 안전 또한 국가와 정부의 매우 중요한 책무일 것입니다.

최근 들어 건설 공사나 제조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사망사고 발생이 빈발하면서 이에 대한 예방대책을 촉구하는 여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의 추락이나 붕괴사고, 토목 현장의 매몰사고, 지하철 및 빵공장의 끼임 사고 등 끔찍한 산업재해를 당할 때마다 반복돼 왔습니다.

이러한 사고로 인해 귀중한 인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현장의 안전 대책을 더욱 강화하라는 비판과 지적이 계속된 겁니다.

안전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업장에서 드러나는 안전 불감증 때문에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안타깝고 분통 터지는 사고가 멈추질 않고 있습니다.

다시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그 무엇보다 소중한 목숨을 잃고 신체적 상해와 경제적 손실을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점에는 국민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 산업 현장 '사망 사고' 엄중한 책임 물어야

정부는 산업 현장의 '사망 사고' 등 중대한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만에 하나 발생했을 시 그 책임을 보다 엄중하게 묻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그 일환의 하나로 제정된 법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하지만, 이 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대상 사업장의 준비 등을 위해 법을 개정해 시행 시기를 늦춰달라는 요구가 최근 적지 않았습니다.

전국의 소상공인단체 등이 정부와 여당, 국회 등에 유예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그대로 시행에 들어가게 된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상시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인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공사 금액에 상관 없이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인 모든 건설 현장을 비롯해 음식점과 제과점 등 개인 사업자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됐습니다.

직원 5명 이상을 고용한 가게 사장님들은 모두가 이 법의 처벌 대상이 된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벌써부터 현장에선 막상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나'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세업자들의 경우 혹시나 처벌의 대상이 될까 걱정하며 사업을 계속해야하는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습도 엿보입니다.

특히 이 법에 따라 중대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전 홍보나 설명이 부족해 영세업자들은 눈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사업주 스스로가 일터나 사업장 안에서 유해요인이나 위험요소를 파악해 그 개선책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이를 개선해야 합니다.

사실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로 일정 기간 유예될 수 도 있다는 기대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일선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전혀 이에 대한 사전 준비나 대비가 없었기 때문에 당장 시행에 들어가자 혼란과 부작용이 당분간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입니다.

식당이나 빵집도 직원이 5명 이상이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이행해야 하는데, 이것이 정착하기에는 당장 쉽지 않으리란 전망입니다.

정부가 권장하는 안전보건관리 체계는 △경영자의 리더쉽 △인력·예산 등 자원 배정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및 개선 △안전보건관리체계 점검·평가 등입니다.

◇ 현장 혼란과 부작용 없도록 지원해야

국민의 일터 안전을 위해서는 다소 복잡하고 까다롭더라도 반드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다만, 새로운 법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국민 실생활에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을 시에는 충분한 대비책과 준비 기간을 갖고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다행히 정부는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50인 미만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해 이행할 수 있도록 착실히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50인 미만의 사업장 사업주와 기업은 이제 재해 예방 능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법은 법대로 지키고 미흡한 부분은 당국의 지원을 받아 보완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업주측에게 '산업안전 대진단'에 참여하고, 올해부터 추진하는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 등을 활용하도록 당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영세 사업자들은 눈앞의 일더미와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쫓기고 지쳐 자신이 법 적용 대상인지도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안착되기를 기대합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처벌'하겠다는 것보다 이를 '사전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국민을 보호하는 법이 되도록, 불미스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정부와 국민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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