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시·서·화에 판소리까지' 현대판 '풍류가객' 장진규

등록일자 2024-03-01 10:00:01
농고 졸업 후 40여 년 제과제빵 외길
'건물주' 꿈 이루자 은퇴, 즐기는 삶
늘 새로움에 도전, 시니어모델로 활동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옛 선비의 복장을 갖추고 판소리를 열창하는 장진규 씨. 사진 : 장진규

시인이자 시낭송가이며 서예·사군자는 물론 판소리까지 옛 선비의 풍모가 물씬 풍겨나는 현대판 '풍류가객' 65살 장진규 씨.

그는 5년 전 환갑이 되자 잘나가던 빵가게를 미련없이 접고, 광주광역시 근교 나주 남평에 정착해서 유유자적한 신(新)중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비록 은퇴했지만 바쁜 나날의 연속입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지인의 전화번호가 2만 개가 넘을 만큼 '마당발'일 뿐 아니라,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많아 쉴 틈이 없습니다.

여기에는 타고난 부지런함과 다재다능함이 한 몫 하고 있습니다.

◇ 탁월한 암기 실력, 수백 편의 시 낭송

전북 김제에서 성장기를 보낸 그는 어린 시절부터 탁월한 암기 실력으로 천재 소릴 들을 정도였습니다.

동네 이발관에 걸린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외운 것을 계기로, 고교 교과서에 수록된 김소월, 김영랑, 이육사, 윤동주의 시를 모조리 암송해서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지금도 그는 수백 편의 시를 술술 낭송하곤 합니다.

김제농고를 수석 졸업한 그는 서울 삼립식품(현 SPC)에 취업해 제과·제빵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직장에서도 그는 특유의 근면성실과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윗사람의 눈에 들었습니다.

직속 상사가 연수차 일본에 갈 때마다 그를 데리고 갔는데, 그곳에서 배운 선진 기술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남다른 재능으로 27살에 벌써 장관상 3개를 수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틈틈이 붓을 들고 문인화를 그려보는 장진규 씨. 사진 : 장진규

그리고 마침내 제과·제빵 장인에 오른 것은 물론 한식·중식·일식·양식 조리사까지 관련 자격증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음식 분야 명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1984년 삼립식품을 나와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광주 신라당 등 전국 유명제과점에서 제빵사로 일했습니다.

이어 1987년 광주 남구 봉선동에 자신의 브랜드 '라인제과'를 개업한 데 이어, 1993년 북구 두암동 두암타운 4거리에 2호점을 차렸습니다.

한·일월드컵이 끝난 후 2003년부터 프랜차이즈 붐이 일어나자 호남에서 강세이던 '파리바게트'로 바꿔 5년간 전국 매출 1위를 기록하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 5년간 전국 매출 1위, 탁월한 사업 수완

유명 프랜차이즈인데다 가게 위치가 좋아 장사는 기대 이상으로 잘 됐습니다.

그렇게 34년간 제과점 사업을 영위하면서 번 돈으로 건물주가 되고 연금저축을 통해 매달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도록 현금 흐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60살이 되자 사업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현재 재능과 끼를 살려 젊은 시절 못다 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쳐가고 있습니다.

먼저 시낭송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낭송시로 인기가 높은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원작자인 이생진 시인으로부터 가장 맛깔스럽게 낭송한다는 평을 들을 만큼 청중들의 심금을 사로잡는 호소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2008년 계간 '현대문예'로 등단한 그는 2021년 서울지하철 시 공모에 '아차산에 올라'가 뽑혀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서울지하철 시 공모에 선정된 '아차산에 올라'(왼쪽), 탄탄한 몸매로 시니어 모델 활동을 하고 있는 장진규 씨(오른쪽) 사진 : 장진규

군 복무 시절 차트병으로 근무한 그는 서예·문인화에도 소질을 발휘해 틈틈이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또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판소리 매력에 끌려 선미숙 명창이 지도하는 KBS광주방송 판소리합창단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평소 꾸준한 헬스 운동으로 균형잡힌 몸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시니어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재능을 가진 그는 요양원 등 사회복지 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야말로 '빛나는 시니어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시 '행복'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두 번째 시집을 금년 중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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