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직공장 여공들의 애환이 깃든 철제교량 48년 만에 재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명물 다리’…핫플레이스 기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명물 다리’…핫플레이스 기대
1960~70년대 방직공장 여공(오늘날 생산직 여사원)들의 추억이 깃든 ‘뽕뽕다리’가 48년 만에 재현돼 오는 4월 23일 준공될 예정입니다.
광주 서구 양동 발산마을과 북구 임동 방직공장을 연결하던 이 다리는 1975년 폭우에 휩쓸려 자취를 감추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련한 향수로 남아있습니다.
‘뽕뽕다리’는 공사장의 구멍 뚫린 철판을 엮어 만든 철제다리로, 발산마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다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다리는 독특한 구조물 형태뿐 아니라 방직공장 여공들의 애환이 깃든 근대문화역사의 상징입니다.
당시 발산마을에 집단거주하는 여공들은 매일 이 다리를 이용해 건너편 방직공장을 오갔는데, 이곳에서 일어난 사연들은 영화나 드라마 소재가 될 만큼 절절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뽕뽕다리’로 불린 이유는 다리 상판이 구멍이 뽕뽕 뚫려있는 철판을 엮어서 만든 데서 붙여졌습니다.
이 구멍 뚫린 철판은 원래 2차대전 때 태평양전쟁에서 미군이 비행기 비상 활주로를 놓으면서 우천 시에 배수가 잘되도록 고안한 것입니다.
이것이 6·25 후 국내에 널리 보급되면서 다리 재료로 이용되었습니다.
지금도 일부 건설현장에서 안전발판으로 사용되는데, ‘아나방(穴板)’이란 일본명칭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애틋한 추억과 이야기가 채색된 근대문화역사의 상징
새로 건설된 다리 위치는 서구 양동 456번지 일원으로, 옛 제비표페인트 가게 앞에서 전남방직 천변우로 삼거리 쪽으로 가설되었습니다.
새 다리는 뽕뽕다리 이미지 부각을 위해 캐노피(지붕덮개) 옆면에 옛 안전발판(아나방) 이미지를 재현했고, 광주천에 비친 교량의 모습이 과거 뽕뽕다리가 연상되게끔 구현했습니다.
특히 새 다리는 장차 방직공장 부지와도 연결돼 관광객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명물다리로 핫플레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곳에 뽕뽕다리가 등장한 배경은 방직공장 여공들이 대거 발산마을에 거주하면서 자연스레 하천을 건너는 유동인구가 증가하자 양쪽을 잇는 교각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원래는 독다리(징검다리)가 있었으나 쉽게 물에 잠기자 자갈을 채운 가마니를 놓아 턱을 높여 보행을 편리하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1950년대 후반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구멍 뚫린 철판을 엮어서 만든 뽕뽕다리를 가설했습니다.
누가 뽕뽕다리를 가설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설에는 방직공장측에서 발산에 거주하는 여직원들의 통행편의를 위해 세웠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혹자는 전남도 산하 토목관구가 건설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당시 이곳뿐 아니라 동구 학동과 광산구 평동 등 여러 곳에 뽕뽕다리가 있었던 점으로 보아 전남도가 놓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그 지역 주민들이 뽕뽕다리를 ‘토목관구’라고 부르기도 해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청춘남녀들의 밀회장소…프랑스 영화 ‘뽕네프의 연인들’ 연상
발산마을 뽕뽕다리는 다른 곳과 달리 특별한 추억으로 채색돼 있습니다.
젊은 청춘남녀가 외나무다리처럼 서로 피할 수 없게 만드는 밀회의 장소이자 은밀하게 엿보는 호기심의 장소였습니다.
마치 1991년 방영된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연상시키는 다리입니다.
‘퐁네프의 연인들’은 파리 시테섬을 연결하는 뽕네프 다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러브스토리 영화입니다.
실연의 아픔을 겪고 점점 시력을 잃어가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거리에서 살아가는 화가 미셀과 수용소를 탈출해서 폐쇄된 뽕네프 다리로 돌아온 스턴트맨 출신 떠돌이 곡예사 알렉스의 순수하면서 처절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방직공장이 24시간 3교대로 운영돼 젊은 여공들이 주야를 불문하고 수시로 뽕뽕다리를 오가면서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호기심에 구멍 뚫린 다리 아래에 누워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훔쳐보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은 아슬아슬 무서워서 기어 다니거나 난간을 붙들고 조마조마하는 심정으로 건너기 일쑤입니다.
자전거가 지나갈 때는 철판이 출렁거려서 더욱 아찔하게 느껴졌습니다.
뽕뽕다리 건너 방직공장 앞에는 농림학교 연습장에 뽕나무밭이 넓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젊은 여공들은 남자친구와 만나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깡패들이 진을 치고 여공들에게 접근하기도 해 말썽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임동에서 살았던 최희갑씨(70)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뽕뽕다리를 건너 다녔던 기억이 있다”면서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면 뽕뽕다리 옆 고수부지에서 콩쿠르 대회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뽕뽕다리는 1973년 위쪽으로 발산교가 새로 가설되어 고철 신세로 남아 있다가 그마저도 1975년 홍수에 떠나려가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Copyright@ KWANGJU BROADCASTING COMPANY. all rights reserved.
추천 기사
고영민 2024-05-02 21:23:12
사회
아파트서 차량 7대 들이받은 50대女..잠적 이틀 만에 자진 출석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 7대를 들이받은 뒤 달아난 50대 운전자가 사고 이틀 만에 경찰에 자진 출석했습니다. 대
조경원 2024-05-02 21:08:16
저녁뉴스(사회)
광주 지하철 2호선 공사 현장서 불...출근길 시민 불편
【 앵커멘트 】 광주광역시 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덮개 절단 과정에서 불꽃이
조경원 2024-05-02 17:44:10
사회
전남 해남서 '농업용 드론' 충전 중 불...2,700만 원 재산피해
전남 해남에서 충전 중인 농업용 드론에서 불이나 2,7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2일 오전 11시 23분쯤 전남
정의진 2024-05-02 16:43:06
사회
팔씨름하다 시비 붙자 차량 몰고 돌진한 40대..5명 다쳐
팔씨름을 하다가 시비가 붙자, 차량을 몰고 돌진해 무려 5명을 다치게 한 40대가 구속됐습니다. 울산경찰청은 특
고영민 2024-05-02 16:41:46
사회
부패된 시신에서 '살인 정황'..60대 남성 긴급체포
지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한 60대 남성이 긴급체포됐습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60대 A씨를
박성열 2024-04-30 16:00:02
스포츠
'나성범·문동주 후배'..광주진흥고 '정진우·김태현'을 주목하라!
'뱀직구' 임창용, '국대포수' 양의지, '나스타' 나성범, '160km/h' 문동주. KBO리그에서 이름 날린 선수들을 배출한 광
박성열 2024-04-29 15:06:51
스포츠
"소크라테스는 5월이 진짜!" 4경기 연속 멀티히트 '귀신 같네'
"5월 되니 귀신 같네" KIA타이거즈 외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또의 최근 활약에 대한 팬들의 말입니다. 소크라테
고우리 2024-04-24 16:12:39
스포츠
'눈'으로 구질 예측하는 '능력자' 테니스 선수 이덕희
7살 때 처음 라켓을 잡고, 14살 때 전세계 최연소 프로랭킹 선수에 오른 인물이 있습니다. 세종시청 소속 테니스
박성열 2024-04-22 15:50:38
스포츠
"도영아! 니땀시 살어야!"..연일 불방망이 KIA 김도영, 확 달라진 이유
"도영아! 니땀시 살어야!" KIA타이거즈 핵심 내야수 김도영의 활약에, 팬들은 이렇게 외칩니다. 김도영도 자신의
박성열 2024-04-02 17:36:08
스포츠
"190cm 90kg, 직구 최고 150km/h".."'도저히 못 치겠다'는 투수될 것!" 광주제일고 권현우
이름 : 권현우 소속 : 광주 제일고등학교 3학년 생년월일 : 2006년 3월 28일 포지션 : 투수(우완) 신체 : 190cm / 90kg 주
고영민 2024-05-02 17:58:34
사회
조선대병원 "주 1회 휴진 없다"..진료 유지
전국 의대병원의 '주 1회 휴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조선대병원은 휴진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조선
정의진 2024-05-02 11:04:08
사회
서울대병원 교수 4명 사직..예약 진료·수술 '올스톱'
서울대병원 교수 4명이 사직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필수의료 분야 전공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일 의료계에
고영민 2024-05-02 10:00:49
사회
전남대병원 이어 조선대병원도 주 1회 휴진?..환자들 어쩌나
전남대병원에 이어 조선대병원도 교수 휴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조선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2일 오후
디지털뉴스부 2024-05-01 06:41:17
사회
입틀막 당했던 의협 회장…"목에 칼 들어와도 증원 백지화"
대한의사협회 42대 집행부 임기 시작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해 정부와 대화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가 대체로 결정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강경파' 새 집행부가 1일 출
고영민 2024-04-29 16:05:11
사회
가운 벗어던진 원광대 의대 교수들 "원점 재검토해야"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가운을 벗어던지며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원광대 의대 비상대
댓글
(5) 로그아웃.형제사고아원에서자라읍니다
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