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광주의 퐁네프 '뽕뽕다리'를 아시나요

등록일자 2023-04-10 10:22:52
방직공장 여공들의 애환이 깃든 철제교량 48년 만에 재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명물 다리’…핫플레이스 기대
▲새롭게 재현된 ‘뽕뽕다리’ 조감도. 뽕뽕다리 이미지 부각을 위해 캐노피 측면상에 옛 안전발판 이미지를 재현했고, 광주천에 비친 교량의 모습이 과거 뽕뽕다리가 연상되게끔 설계했다. 사진 : 광주광역시 서구청

1960~70년대 방직공장 여공(오늘날 생산직 여사원)들의 추억이 깃든 ‘뽕뽕다리’가 48년 만에 재현돼 오는 4월 23일 준공될 예정입니다.

광주 서구 양동 발산마을과 북구 임동 방직공장을 연결하던 이 다리는 1975년 폭우에 휩쓸려 자취를 감추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련한 향수로 남아있습니다.

‘뽕뽕다리’는 공사장의 구멍 뚫린 철판을 엮어 만든 철제다리로, 발산마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다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다리는 독특한 구조물 형태뿐 아니라 방직공장 여공들의 애환이 깃든 근대문화역사의 상징입니다.

당시 발산마을에 집단거주하는 여공들은 매일 이 다리를 이용해 건너편 방직공장을 오갔는데, 이곳에서 일어난 사연들은 영화나 드라마 소재가 될 만큼 절절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뽕뽕다리’로 불린 이유는 다리 상판이 구멍이 뽕뽕 뚫려있는 철판을 엮어서 만든 데서 붙여졌습니다.

이 구멍 뚫린 철판은 원래 2차대전 때 태평양전쟁에서 미군이 비행기 비상 활주로를 놓으면서 우천 시에 배수가 잘되도록 고안한 것입니다.

이것이 6·25 후 국내에 널리 보급되면서 다리 재료로 이용되었습니다.

지금도 일부 건설현장에서 안전발판으로 사용되는데, ‘아나방(穴板)’이란 일본명칭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애틋한 추억과 이야기가 채색된 근대문화역사의 상징

새로 건설된 다리 위치는 서구 양동 456번지 일원으로, 옛 제비표페인트 가게 앞에서 전남방직 천변우로 삼거리 쪽으로 가설되었습니다.

새 다리는 뽕뽕다리 이미지 부각을 위해 캐노피(지붕덮개) 옆면에 옛 안전발판(아나방) 이미지를 재현했고, 광주천에 비친 교량의 모습이 과거 뽕뽕다리가 연상되게끔 구현했습니다.

특히 새 다리는 장차 방직공장 부지와도 연결돼 관광객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명물다리로 핫플레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 456번지 일원 광주천에 들어선 ‘뽕뽕다리’ 모습

이곳에 뽕뽕다리가 등장한 배경은 방직공장 여공들이 대거 발산마을에 거주하면서 자연스레 하천을 건너는 유동인구가 증가하자 양쪽을 잇는 교각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원래는 독다리(징검다리)가 있었으나 쉽게 물에 잠기자 자갈을 채운 가마니를 놓아 턱을 높여 보행을 편리하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1950년대 후반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구멍 뚫린 철판을 엮어서 만든 뽕뽕다리를 가설했습니다.

누가 뽕뽕다리를 가설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설에는 방직공장측에서 발산에 거주하는 여직원들의 통행편의를 위해 세웠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혹자는 전남도 산하 토목관구가 건설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당시 이곳뿐 아니라 동구 학동과 광산구 평동 등 여러 곳에 뽕뽕다리가 있었던 점으로 보아 전남도가 놓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그 지역 주민들이 뽕뽕다리를 ‘토목관구’라고 부르기도 해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청춘남녀들의 밀회장소…프랑스 영화 ‘뽕네프의 연인들’ 연상

발산마을 뽕뽕다리는 다른 곳과 달리 특별한 추억으로 채색돼 있습니다.

젊은 청춘남녀가 외나무다리처럼 서로 피할 수 없게 만드는 밀회의 장소이자 은밀하게 엿보는 호기심의 장소였습니다.

마치 1991년 방영된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연상시키는 다리입니다.

‘퐁네프의 연인들’은 파리 시테섬을 연결하는 뽕네프 다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러브스토리 영화입니다.

실연의 아픔을 겪고 점점 시력을 잃어가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거리에서 살아가는 화가 미셀과 수용소를 탈출해서 폐쇄된 뽕네프 다리로 돌아온 스턴트맨 출신 떠돌이 곡예사 알렉스의 순수하면서 처절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방직공장이 24시간 3교대로 운영돼 젊은 여공들이 주야를 불문하고 수시로 뽕뽕다리를 오가면서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마을 아이들이 호기심에 구멍 뚫린 다리 아래에 누워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훔쳐보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은 아슬아슬 무서워서 기어 다니거나 난간을 붙들고 조마조마하는 심정으로 건너기 일쑤입니다.

자전거가 지나갈 때는 철판이 출렁거려서 더욱 아찔하게 느껴졌습니다.

▲1970년대 ‘뽕뽕다리’ 위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 광주광역시청 시청각자료실

뽕뽕다리 건너 방직공장 앞에는 농림학교 연습장에 뽕나무밭이 넓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젊은 여공들은 남자친구와 만나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깡패들이 진을 치고 여공들에게 접근하기도 해 말썽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임동에서 살았던 최희갑씨(70)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뽕뽕다리를 건너 다녔던 기억이 있다”면서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면 뽕뽕다리 옆 고수부지에서 콩쿠르 대회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뽕뽕다리는 1973년 위쪽으로 발산교가 새로 가설되어 고철 신세로 남아 있다가 그마저도 1975년 홍수에 떠나려가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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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민언
    장민언 2023-04-11 17:49:00
    장민언 입니다. 광주동명동
    .형제사고아원에서자라읍니다
  • 유환철
    유환철 2023-04-11 12:53:06
    뽕뽕다리 특이하고 멋지네요.
  • 박성준
    박성준 2023-04-11 12:50:02
    건축물에 역사적 의식이 있고 결코 어느 곳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신선하고 독특한 매력이 있네요. 앞으로 광주시의 명소가 되겠어요~
  • pms
    pms 2023-04-11 12:33:40
    디자인이 현대적이고 독특하네요. 스토리가 있어서 의미를 더한 것 같아요. 완공 되면 빨리 가서 걸어보고
    싶당!~
  • 강미순
    강미순 2023-04-11 08:49:36
    왜 필요한지세 대한 설득력 부족함. 왜 광주는 과거에 집착하는지. 그래 그때가 그립다..그럴수있지만.광주도 하나를 만들어도 더 세련되고 멋진걸 만들었으면. 광주이미지가 그렇게 보인다고 광주시민,타지역민들 말하는건 안들리는건가.돈을 꼭 필요한곳에 폼나게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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