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손편지로 순직 장병의 유족을 위로하면서 '이중배상금지' 조항을 담은 국가배상법 개정을 약속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 장관이 육군 복무 중 숨진 조 모 상병의 동생에게 "형님 같은 분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냈고, 반드시 통과되게 할 겁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직접 써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편지 말미에는 "이걸 반대할 수 없습니다. 누구도. 한동훈 올림"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편지는 가혹행위로 세상을 등진 조 상병의 가족이 도움을 요청하며 한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입니다.
육군 제6보병사단 소속이던 조 상병은 선임병 8명에 대한 원망과 그들을 죽여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숨졌습니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병사들은 구속 수사까지 받고도 전원 기소유예됐고, 군 당국은 기소유예 처분을 유족에게 알리지조차 않았습니다.
수사 경과를 알지 못했던 유족은 재정신청 등으로 재수사를 요구할 기회를 원천 차단당했으며 그 사이 육군은 과거 수사 자료를 폐기해버렸습니다.
조 상병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를 거쳐 지난해 4월 순직으로 인정받았는데, 사망 25년 만의 일입니다.
위원회는 선임병들의 극심한 구타·가혹행위와 부대 간부들의 지휘·감독 소홀히 사망 원인이 됐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순직 인정으로 명예 회복은 일부나마 이뤄졌지만, 아직 실질적 보상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조 상병 유족의 국가배상 신청을 육군과 국방부가 잇따라 '기각'했기 때문입니다.
군은 '장병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조항, 즉 '이중배상금지 조항'을 기각 이유로 들었습니다.
유족이 국가보훈처 등으로부터 조 상병의 순직에 대한 연금을 받게 되는 만큼 이중 배상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 조항은 국가 경제력이 허약하던 월남전을 계기로 만들어진 것으로 유족의 권리를 제한하는 '독소조항'으로 꼽힙니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 5월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을 열어 유족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끔 추진하겠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이를 골자로 한 국가배상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된 상태입니다.
개정안은 특히 시행일 기준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어 국회를 통과한다면 군의 기각 결정 후 현재 유족이 소송을 진행 중인 조 상병 사건에도 적용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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